많은 사람들이 AI에게 글을 부탁할 때, 프롬프트를 공들여 쓴다. 주제를 길게 설명하고, 구성도 제안하며, 어조까지 지시한다. 하지만 결과는 여전히 어딘가 아쉽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프롬프트’가 모든 걸 해결해준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롬프트, 정말 그게 다일까?
나는 GPT에게 다음과 같은 요청을 한 적이 있다:
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운동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 과학적 근거와 사례 중심으로 설명해줘. 뉴스칼럼 스타일로, 장단점을 균형 있게 담고, 감정적 어조는 피하고 중립적으로 써줘.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문법적 오류도 없고, 구성도 나름 짜임새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었다. “그래서 뭐?”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보는 있어도 맥락은 없다
AI는 내가 말한 요소들을 충실히 반영했다. 그러나 통찰이 없었다. 배경 설명은 있었지만, ‘왜 이 이야기를 지금 하는지’에 대한 절박함이 없었다. 글은 마치 논술 모범답안 같았다. 평가자는 만족할지 몰라도, 독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질문과 응답은 반복되어야 한다
이 문제의 본질은 단 한 번의 프롬프트로 모든 걸 담으려 했다는 데 있었다. 인간 작가도 기획을 몇 번씩 고쳐 쓰고, 문장 하나를 다듬는다. 하물며 AI에게 한 번에 ‘완성된 지시’를 내리려는 시도가 과연 가능한가?
그래서 나는 GPT와 이런 방식으로 대화를 바꿨다:
GPT: 어떤 감정선이 이 글에서 중심이 되면 좋을까요? 독자의 불안, 희망, 피로감 중 하나를 골라주세요.
나: 피로감이요. 지쳐있는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게 써줘요.
GPT: 좋습니다. 그러면 도입부는 “왜 요즘은 아무리 자도 피곤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이런 식으로 몇 번의 문답을 거쳐야 비로소 내가 말하고 싶은 글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프롬프트는 ‘시작점’이지 ‘설계도’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프롬프트를 만들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그 자체로 글이 좋아질 거라 믿는다. 하지만 프롬프트는 그냥 출발선일 뿐이다. 진짜 설계도는 AI와 나눈 대화 속에서 만들어진다.
질문을 바꾸고, 답을 시험하고, 중간에 구조를 수정하고, 감정선을 넣고 빼보는 그 과정이 없으면, 글은 그저 기술적으로 정확할 뿐 감정적으로는 공허하다.
사례, 통찰, 심리 – 프롬프트로 다 담기 힘든 것들
좋은 글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다. 그 안에는 사회적 맥락, 독자의 심리, 저자의 통찰이 담겨야 한다. 그런데 이런 요소는 프롬프트로 ‘지시’하기가 너무 어렵다. “심리적으로 공감되게 써줘”라는 말이 AI에게 무슨 의미일까?
그래서 나는 GPT에게 다음과 같은 구조를 줬다:
- 사례를 하나 이상 포함해
- 단순한 요약보다, 왜 지금 이게 중요한지 이유를 분석해
- 읽는 사람 입장에서 “나도 그래”라고 느끼게 해줘
그러자 비로소 AI의 문장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결국은 기획이 필요하다
프롬프트를 아무리 잘 써도, 그 안에 구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나는 프롬프트를 10줄 넘게 쓴 적도 있지만, 구조를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결과는 항상 평범했다.
그래서 나는 GPT를 단순한 작성기가 아니라, 함께 기획하는 파트너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받으며, 그 대답을 바탕으로 다시 수정 지시를 내린다. 이 흐름이 반복될수록 글은 좋아졌다.
결론: 프롬프트에 모든 걸 담으려 하지 마라. AI는 단지 당신의 첫 질문을 듣는 것일 뿐이다. 진짜 협업은 그 뒤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질문을 못하면 AI는 멍청해진다
이 시리즈는 ‘AI는 글을 대신 써주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질문을 잘하지 못하면 AI는 그저 피상적인 문장 생성기로 전락합니다. 그래서 저는 AI에게 ‘기획자 역할’을 부여하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 AI가 글을 써준다는데, 왜 만족스럽지 않을까
- 좋은 프롬프트가 좋은 글을 만든다는 착각
- 기획은 누구의 몫인가 – 인간이냐, AI냐
- 나는 이렇게 GPT에게 두 개의 역할을 줬다
- 이 방식이 강의가 되고 상품이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