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글을 써준다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써준 글을 받아본 사람 중 ‘정말 만족했다’는 경우는 드물다. 텍스트는 분명 길게 나오고, 문법도 정확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공허하고 비슷비슷하다. 왜 그럴까?

기대와 현실 사이, 그 묘한 간극
나는 AI에게 ‘운동에 대해 글을 써줘’라고 단순하게 요청한 적이 있다. AI는 순식간에 수천 자의 글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글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랬다. “맞는 말인데, 전혀 와닿지 않는다.”
구성도 갖추어져 있었고, 문장도 매끄러웠지만, 그 글에는 내가 기대한 ‘통찰’이나 ‘맥락’, ‘개인의 감정선’이 없었다. 이건 왜일까? 나는 곧장 GPT에게 되물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질문을 잘못한 걸까?
좋은 글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보통 ‘글을 써줘’라고 명령하고 나면, 그 결과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AI가 글을 쓸 수 있게 만드는 진짜 핵심은 그 전에 어떤 ‘질문을 했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했다. ‘운동에 대해 쓰고 싶은 게 정말 뭘까?’ ‘누구에게, 어떤 관점으로, 어떤 감정으로?’ 이 질문이 빠진 채 AI에게 글쓰기를 맡기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의미도 없는’ 텍스트가 나온다.
질문을 끌어내는 AI, 기획자 역할을 하게 하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실험을 했다. GPT에게 ‘질문하는 AI’ 역할을 주기로 한 것이다. 내가 “운동에 대해 써줘”라고 말하면, GPT가 이렇게 되묻는다:
어떤 관점에서 운동을 다루고 싶으신가요? 건강, 정신, 시간 관리 등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또 다른 GPT가 이렇게 답한다:
정신 건강 관점에서 써보고 싶습니다. 요즘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한데, 운동이 정신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요.
그 뒤 GPT가 나에게 묻는다:
이 관점으로 글을 진행해도 괜찮을까요? 수정하거나 추가하고 싶은 방향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 과정을 반복하며 나는 어느 순간 ‘AI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기획을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걸 느꼈다.
AI는 글을 써주는 기계가 아니다, 함께 기획하는 파트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AI가 인간처럼 “훌륭한 글”을 써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AI는 여전히 질문에만 반응할 수 있을 뿐, 스스로 맥락을 상상하거나 감정을 판단하지 못한다. 이건 비판이 아니다. 그게 AI의 본질이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구조,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응답을 검토할 수 있는 흐름을 설계해야 한다. 즉, 인간은 ‘기획자’가 되어야 하고, 또는 GPT에게 그 기획자 역할을 맡겨야 한다.
시작은 단순했지만, 지금은 기획자로 진화하고 있다
이 글을 포함한 시리즈는 단지 ‘AI를 활용한 글쓰기 팁’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AI를 어떻게 구조화하고, 역할을 분리하고, 사용자가 기획자 역할을 하지 않아도 시스템적으로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여정이다.
지금 이 순간도 나는 GPT와 대화를 반복하며, 다음 글의 구조를 함께 만들고 있다. 그 구조는 때로는 내 질문에서 시작되지만, 점점 GPT의 질문에서 비롯된다. 나는 대답만 하고, AI가 방향을 잡는다.
그게 내가 찾은 ‘AI와 함께 글을 쓰는 진짜 방식’이다.
질문을 못하면 AI는 멍청해진다
이 시리즈는 ‘AI는 글을 대신 써주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질문을 잘하지 못하면 AI는 그저 피상적인 문장 생성기로 전락합니다. 그래서 저는 AI에게 ‘기획자 역할’을 부여하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 AI가 글을 써준다는데, 왜 만족스럽지 않을까
- 좋은 프롬프트가 좋은 글을 만든다는 착각
- 기획은 누구의 몫인가 – 인간이냐, AI냐
- 나는 이렇게 GPT에게 두 개의 역할을 줬다
- 이 방식이 강의가 되고 상품이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