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은 누구의 몫인가 – 인간인가, AI인가

AI가 글을 써주는 시대다. 사람들은 더는 빈 화면 앞에서 머리를 쥐어짜지 않는다. 대신 GPT에게 한 문장을 입력하고, 수천 자의 결과물을 받아본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는 묻게 된다. ‘이 글, 누가 기획한 거지?’

홀로그램 AI 글쓰기

좋은 글이란 결국 기획의 산물이다

AI가 만들어낸 문장이 아무리 유창해도, 그것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없으면 글은 죽은 텍스트가 된다. 독자는 정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맥락의미를 찾기 위해 글을 읽는다. 바로 그 맥락을 설계하는 것이 ‘기획’이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기획 없이 글을 만들려고 한다. 특히 AI에게는 더더욱. ‘운동에 대해 써줘’라는 명령에 AI가 ‘운동의 정의, 효과, 필요성’을 써오면 ‘응, 그렇지’라고 말하지만, 그 글이 우리에게 남는 건 없다.

AI가 기획을 대신할 수 있을까?

나는 한동안 AI에게 ‘기획도 맡겨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단순히 글만 쓰게 하지 않고, 글을 쓰기 전에 질문하게 해본 것이다.

“어떤 관점으로 다룰까요?”, “대상 독자는 누구인가요?”, “어떤 감정을 중심에 둘까요?” 이런 질문을 AI가 먼저 던지고, 또 다른 GPT가 그에 답하고, 내가 그 대화를 지켜보며 방향을 결정하는 흐름.

이렇게 GPT 스스로 질문하고 응답하는 구조는 놀라운 기획 보조 기능이 됐다. 마치 편집회의를 혼자서 하는 느낌이었다.

사용자는 기획을 하지 못한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이 생겼다.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는 기획자가 아니다. 그저 ‘운동에 대해 써줘요’, ‘지금 트렌드 알려줘요’ 같은 막연한 요청만 한다. 이건 잘못이 아니다. 다만 그 결과도 기대 이상일 수는 없다.

이 지점에서 나는 ‘사용자가 기획자가 아니어도 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AI가 먼저 질문하고, 스스로 응답한 후, 사용자에게 확인을 받는 방식. 이 흐름은 기획의 부담을 AI가 나눠 가지게 하는 방식이다.

GPT에게 두 개의 역할을 주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GPT에게 두 역할을 주기로 했다.

  • 기획자 GPT: 질문을 설계하고 사용자에게 되묻는 역할
  • 사용자 대변 GPT: 일반 사용자의 관점에서 답변을 미리 만들어주는 역할

이 두 GPT가 대화를 나누면, 사용자는 단지 “응, 이대로 좋아요” 혹은 “아니요, 이건 좀 달라요”만 하면 된다. 질문을 뽑아내고, 구조를 잡고, 방향을 조율하는 일은 AI가 한다.

AI를 잘 쓰는 게 아니라, 잘 쓰이게 하는 것

사람들은 종종 GPT를 ‘도구’로만 본다. 하지만 나는 이제 GPT를 ‘팀원’으로 본다. 그것도 꽤 유능한. 이 유능한 팀원에게 기획도 맡길 수 있다면, 그건 단지 글쓰기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이 글 역시 그런 실험의 일부다. GPT와 나눈 대화를 구조로 삼고, 그 흐름 속에서 글을 기획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더는 혼자 글을 쓰지 않는다. AI와 함께 기획한다.


질문을 못하면 AI는 멍청해진다 시리즈

이 시리즈는 ‘AI는 글을 대신 써주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질문을 잘하지 못하면 AI는 그저 피상적인 문장 생성기로 전락합니다. 그래서 저는 AI에게 ‘기획자 역할’을 부여하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1. AI가 글을 써준다는데, 왜 만족스럽지 않을까
  2. 좋은 프롬프트가 좋은 글을 만든다는 착각
  3. 기획은 누구의 몫인가 – 인간이냐, AI냐
  4. 나는 이렇게 GPT에게 두 개의 역할을 줬다
  5. 이 방식이 강의가 되고 상품이 된다면